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5. 오타루 당일치기
오전의 여유로운 쇼핑부터 시작해 바다 향기 가득한 오타루 거리 산책, 그리고 삿포로의 깊어가는 밤까지. 여행의 다섯 번째 날은 한층 더 여유롭고 풍성한 하루였다. 도시의 활기와 항구 도시 특유의 낭만이 교차하는 오늘 하루는, 홋카이도의 또 다른 매력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해주었다.
여유로운 아침의 메가 돈키호테
이날의 시작은 전날 미뤄두었던 ‘메가 돈키호테’ 쇼핑이었다. 전날 밤 방문했을 땐 사람들로 북적여 정신없이 물건을 고르다 지쳐 결국 돌아서야 했지만, 다음 날 아침 9시에 다시 찾은 매장은 마치 전세라도 낸 듯 한산했다. 이른 아침의 돈키호테는 쇼핑하기에 훨씬 쾌적했고, 계산 대기줄도 없이 빠르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시간 효율도 높았다.
- 주소 : 4 Chome-12-1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본
- 영업 시간 : 24시간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둘러보고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었던 덕분에 여행 중 사야 할 기념품이나 간식, 선물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경험 덕분에 홋카이도 여행 중 대형 쇼핑몰을 방문할 땐 아침 시간을 적극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가성비와 맛 모두 최고, 코메다커피 모닝 세트
쇼핑을 마친 뒤 향한 곳은 돈키호테 근처에 있는 ‘코메다커피 다누키코지 2쵸메점’에 방문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일본 전국적으로 유명한 코메다커피 모닝 세트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오전 11시까지 음료나 커피를 주문하면 토스트와 거기에 올릴 토핑(팥 또는 계란 스트레드), 그리고 딸기잼 또는 버터를 선택할 수 있다.
- 주소 : 4 Chome-12-1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본
- 영업 시간 : 07:30 ~ 23:00
가성비가 좋다고 입소문으로 들었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그 이상이었다. 고소한 커피 향과 잘 구워진 토스트, 그리고 달콤한 팥 또는 계란 스프레드가 어우러져 아침 식사로 부족함이 없었고, 와이프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조식 대신 가볍게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듯했다.
붉은 벽돌의 홋카이도 구 본청사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쇼핑한 물건을 방에 두고 나니 벌써 오전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오타루로 바로 떠나기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도심 산책을 하기로 했고, 삿포로역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홋카이도 구 본청사’를 들렀다. 일명 ‘아카렌가 청사’로 불리는 이곳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홋카이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웅장한 건축미에 감탄하며 잠시 건물 앞에 멈춰 섰고, 기념 사진을 남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삿포로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면서도, 도심 속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멋스러운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해안선을 따라 오타루로 향하는 급행열차
12시 정오, 자유석 급행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삿포로역에서 출발해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으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한 여정이 된다. 약 40분 정도 걸려 미나미오타루역에 도착했는데 오타루역보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면 약 10분 후 ‘메르헨 교차로’에 도달하게 된다. 오타루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 지점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차분한 거리와 아기자기한 상점들, 그리고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걷는 길은 그 자체로 여행의 정취를 더해주었다.
오르골 선율에 잠시 멈춰서다,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
‘메르헨 교차로’를 지나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이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오르골들에 압도당했다. 각양각색의 디자인과 소리를 가진 오르골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실내에 은은하게 울리는 멜로디는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 주소 : 4-1 Sumiyoshicho, Otaru, Hokkaido 047-0015 일본
- 영업 시간 : 09:00 ~ 18:00
오르골 하나하나를 구경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격이 꽤 비싼 편이어서 쉽게 구매하긴 어려웠지만 눈과 귀가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이었고 사진을 남기기에도 참 좋은 공간이었다. 천천히 둘러보다 나오니 마침 정각이 다가와 증기 시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르헨 교차로의 상징, 오타루 증기 시계
오타루 오르골당 본점 앞에 위치한 ‘오타루 증기 시계’는 이 거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15분마다 한 번씩 증기를 내뿜는 이 시계는 정각이 되면 그 시간에 맞춰 증기를 더 많이 내뿜기 때문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정각을 맞춰 모여든다. 우리는 2시 정각을 앞두고 자리를 잡았고, 시계가 토해내는 증기의 리듬에 맞춰 작은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증기 시계 앞에서의 기다림과 감상은 마치 시간을 멈추고 있는 듯한 경험이었다. 레트로한 분위기와 함께 과거로 타임슬립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오타루라는 도시는 단순히 예쁜 거리를 넘어서 이렇게 섬세한 디테일과 감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 여행자를 더욱 끌어당기는 것 같다.
헬로 키티 천국, 오타루 헬로 키티 카페
증기 시계를 감상한 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헬로 키티 카페’에 들렀다. 와이프가 헬로 키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누나들에게 줄 기념품도 살 겸 들른 곳이다. 1층은 각종 키티 굿즈가 가득한 기념품 숍, 2층은 앙증맞은 인테리어로 꾸며진 키티 테마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 주소 : 1-6 Sumiyoshicho, Otaru, Hokkaido 047-0015 일본
- 영업 시간 : 11:00 ~ 17:00
우리는 1층에서 키링, 파우치, 손수건 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귀엽고 아기자기해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고, 키티 마니아라면 이 공간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기 어려울 듯했다.
오타루 전경을 한눈에, 르타오 본점 전망대
헬로 키티 카페에서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르타오 본점’으로 향했다. 르타오는 치즈케이크로 가장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인데, 본점 건물은 좁고 길쭉한 탑 형태로 되어 있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우리는 바로 3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 주소 : 7-16 Sakaimachi, Otaru, Hokkaido 047-0027 일본
- 영업 시간 : 09:00 ~ 18:00
전망대에서는 메르헨 교차로와 오타루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이 도시의 정취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과거 항구도시로 번성했던 오타루의 역사를 상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짧지만 인상 깊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르타오의 다양한 디저트를 구경하며 군침을 삼키기도 했다.
사카이마치도리와 오타루 운하
르타오 본점 전망대에서 내려온 뒤 우리는 곧장 ‘사카이마치도리’로 향했다. 오타루의 대표적인 상점 거리로, 양옆에 이어진 상점들마다 특색 있는 상품과 분위기를 자랑했다. 수제 유리 공예품, 스낵, 디저트, 기념품 가게 등이 다양하게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거리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여행의 분위기가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천천히 걷다 보니 마침내 ‘오타루 운하’에 도착했다. 오타루의 상징이라 불리는 이 운하는 낮에도 고즈넉한 매력이 넘쳤다. 관광객들이 비교적 적은 한낮의 운하는 오히려 더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물 위에 비친 붉은 벽돌 창고들과 눈 덮인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이곳에서 천천히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은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오타루 삼각시장 맛집, 타키나미 쇼텐
오타루 운하를 따라 걷다가 ‘삼각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오타루의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특히 해산물 덮밥인 카이센동이 유명하다. 우리는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타키나미 쇼텐’을 찾았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오후 3시 30분쯤 도착했지만 여전히 줄이 길었고, 무려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 끝에 들어선 식당 내부는 활기차고 정겨운 분위기였고,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다.
- 주소 : 3 Chome-10-16 Inaho, Otaru, Hokkaido 047-0032 일본
- 영업 시간 : 08:00 ~ 17:00
- 대표 메뉴 : 타키나미동
우리는 가장 인기 있는 ‘타키나미동’을 주문했다. 연어, 관자, 우니, 연어알, 독도새우, 게살, 참치, 계란말이까지 총 8가지 해산물 등이 가득 올라간 구성으로, 먹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550엔을 추가해 바꾼 카니미소도 정말 훌륭했는데, 게살이 듬뿍 들어 있어 따뜻한 국물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식사 중 하나였다.
눈 내리는 삿포로, 그리고 가챠샵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삿포로로 돌아오니, 네 번째 날까지 만나지 못했던 눈이 하늘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눈 내리는 삿포로의 거리를 걷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성적이었다. 노면전차가 눈길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지나가는 풍경, 그 속을 걷는 우리 둘의 모습이 낭만 그 자체였다.
우리는 타누키코지 상점가 안에 있는 가챠 전문점에 들렀다. 와이프는 이곳에서 짱구 시리즈 가챠를 세 번 연속 뽑았는데, 흰둥이, 짱구, 짱아가 순서대로 나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세트를 맞췄다. 작은 캡슐 속 캐릭터 하나에도 기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 주소 :4, 2 Chome-26番地7 Minami 3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0-0063 일본
- 영업 시간 : 10:00 ~ 22:00
현지 분위기 가득한 이자카야, 야키토리 타케토리
가챠샵 구경을 마친 뒤,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밤 9시가 넘어 숙소 옆에 있는 ‘야키토리 타케토리’라는 이자카야로 향했다. 이곳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야키토리 전문점으로, 작은 입구와 소박한 외관이 오히려 정감 가는 느낌을 주었다. 가게 안은 아담했지만 사람들로 북적였고, 우리는 다행히 마지막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 주소 : 1 Chome-4 Minami 4 Jonishi, Chuo Ward, Sapporo, Hokkaido 064-0804 일본
- 영업 시간 : 17:00 ~ 23:30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어 주문도 편리했다. 우리는 피망, 염통, 닭날개, 츠쿠네 등 다양한 꼬치를 시켰고, 숯불 향 가득한 꼬치에 삿포로 퍼펙트 클래식을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한 끼가 되었다. 특히 닭날개 꼬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꼭 다시 먹고 싶을 정도였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밤,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정겹게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스스키노의 야경, 니카상과의 재회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마지막으로 ‘니카상’을 보러 스스키노 사거리로 향했다. 이틀 전 아침에 스쳐 지나갔던 니카상을 이번엔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 ‘COCONO SUSUKINO’ 건물 2층에서 바라본 니카상은 더없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였고, 밤의 네온과 어우러져 삿포로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이 조용한 전망 포인트는 의외로 사람이 적어 여유롭게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사진)
밤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삿포로의 밤을 음미하고 나니, 아쉬움이 슬며시 밀려왔다. 여행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마음속에는 벌써부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한 여운 남긴 미소라멘, 스미레
와이프는 배가 불러 호텔로 돌아가고, 나는 홀로 ‘스미레’ 라멘집으로 향했다. 밤 10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줄이 있었고, 약 20분을 기다린 끝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삿포로를 대표하는 라멘집 중 하나인 스미레는 특히 미소라멘의 원조격이라 기대가 컸다.
- 주소 : 일본 〒060-0063 Hokkaido, Sapporo, Chuo Ward, Minami 3 Jonishi, 3 Chome−9-2 ピクシスビル 2F
- 영업 시간 : 17:00 ~ 24:00
- 대표 메뉴 : 미소라멘
주문한 미소라멘은 첫 숟가락부터 짙은 맛이 입안에 퍼졌고, 고소하고 진한 국물에 탄력 있는 면발이 아주 잘 어울렸다. 토핑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고, 국물의 깊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느껴졌다. 짠맛이 강한 편이지만 오히려 그 자극이 중독처럼 다가왔고, 결국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 맛이 떠오를 정도였다. 이 라멘 한 그릇으로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묵직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홋카이도 겨울 여행 다섯 번째 날은 느긋한 아침 쇼핑과 카페로 시작해, 오타루의 정취, 그리고 다시 삿포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풍성한 하루였다.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만큼 하루하루의 감동이 더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게 된다.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 시리즈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프롤로그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1. 삿포로를 지나 아사히카와로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2. 렌터카로 떠나는 비에이 투어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3. 도시를 떠나 조잔케이로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4. 조잔케이의 아침, 그리고 다시 삿포로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5. 오타루 당일치기
-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6. 눈 내리는 마지막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