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4. 조잔케이의 아침, 그리고 다시 삿포로

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4. 조잔케이의 아침, 그리고 다시 삿포로

눈 내리는 온천마을 조잔케이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여행의 네 번째 날이 밝았다. 새벽 공기를 머금은 조잔케이의 아침은 도시와는 다른 고요함이 있었고, 몸과 마음을 모두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옅은 햇살과 설경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평화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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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매력, 두 개의 대욕장

아침 7시 30분, 하루를 상쾌하게 열기 위해 대욕탕으로 향했다.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의 대욕장은 매일 새벽 5시에 남녀탕이 교체되기 때문에 1박 2일만 머물러도 각기 다른 대욕탕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각 탕마다 구성과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같은 장소에서 다른 온천을 만나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특히 두 곳 모두 노천탕이 있어,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물의 조화 속에서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우나도 있어 아침부터 몸을 개운하게 리셋하기에 제격이었다.

  • 운영 시간 : 15:00 ~ 01:00 / 05:00 ~ 10:00
  • 탕 성별 교체 : 매일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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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욕탕 모두 깔끔한 현대식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자연 속에 있는 느낌보다는 조용하고 정제된 실내 분위기를 풍겼다. 실내 공간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사우나도 함께 마련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노천탕은 두세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지만, 탕에 몸을 담그고 찬 공기를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만큼은 그 어떤 대형 온천보다 감동적이었다. 대욕탕 안에 노천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두 곳 모두 사우나 시설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아침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에 더없이 좋았다. 찬 공기를 맞으며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는 이 기분은 일본 온천만의 매력 그 자체였다.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난 뒤 노천탕에 앉는 순간, 마음속까지 정화되는 듯한 감동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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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함과 풍성함 사이, 조식 ‘쿠와노기’

온천욕 후에는 어제 미리 예약해두었던 조식 식당 ‘쿠와노기(Kuwanoki)’로 향했다. 이곳은 기본적인 일본식 정찬 한 상과 함께 소박한 뷔페가 함께 제공되는 세미 뷔페 스타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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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차려진 일본식 정찬은 구워낸 생선구이, 도톰한 계란말이, 부드러운 두부와 함께 제철 반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상 가득 정갈하게 차려진 구성은 눈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웠고, 먹는 순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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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페 코너에서는 따끈한 밥과 국, 몇 가지 깔끔한 밑반찬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고, 식사 후 입가심할 수 있는 소소한 디저트류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소박하면서도 만족감이 높은 아침 식사였고, 전날 ‘쇼안(Shoan)’에서의 프라이빗한 코스 석식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창가에서 조용히 즐기는 이 아침 식사는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포근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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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아침 선물, 라운지에서의 딸기우유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딱 오전 8시 30분. 라운지가 막 오픈하는 시간이었다.

  • 오전 운영 시간 : 08:30 ~ 10:00, 간단한 아침 식사로 빵과 커피 등이 제공
  • 오후 운영 시간 : 15:00 ~ 23:00, 무제한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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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에서는 오전 시간에 빵과 커피, 차가 준비되어 있어 간단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딸기우유’였다. 홋카이도산 신선한 딸기와 우유를 즉석에서 믹서에 갈아 만들어주는 이 음료는, 과하지 않은 단맛과 진한 풍미로 입안에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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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류 또한 퀄리티가 높아 갓 구운 빵 한 조각에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라운지의 잔잔한 음악과 창밖 설경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 여행 중 가장 여유롭고 감성적인 아침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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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개인탕의 여유

룸으로 돌아와 개인 노천탕에 몸을 담갔다. 밤보다 아침에 즐기는 개인탕이 더 좋았던 이유는, 새하얀 아침 햇살 아래서의 여유로움 때문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머리 위로는 차가운 공기를 느끼는 이 순간은 여행 중이기에 가능한 호사였다. 개인탕은 료칸에 묵는 이유 중 하나라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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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연결된 프라이빗한 노천탕에서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은 마치 내 집인 듯 편안했고, 다른 여행지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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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잔케이 라멘 맛집, 可楽(가락)

오전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로비에 짐을 맡긴 후, 조잔케이의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다. 설경으로 덮인 조용한 골목들을 걷는 시간은 마치 동화 속을 걷는 듯했으며, 작은 상점과 찻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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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에 출발하는 갓파라이너 버스를 예약해두었기에 점심을 간단히 해결해야 했고, 미리 찾아두었던 라멘 맛집 ‘可楽(가락)’에 들렀다.

조잔케이에는 유명한 맛집이 많지 않지만, 이곳은 쇼유라멘으로 특히 높은 평점을 받은 곳이라 기대를 안고 방문했다. 가게는 전반적으로 소박한 분위기에 아담한 규모였고, 좌석은 대부분이 카운터석이었으며 몇 개의 테이블만 마련돼 있었다. 우리는 운 좋게 마지막으로 남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다소 긴 웨이팅을 피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 속에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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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쇼유라멘은 겉보기엔 담백한 간장 베이스의 클래식한 스타일이었고, 국물 색상도 맑고 깔끔해 보였다. 한 입 떠먹자마자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간장의 향과 감칠맛이 인상적이었으나, 전반적으로 간이 다소 약하게 느껴졌다. 국물 맛은 깔끔했지만 깊이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고, 면은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특별한 개성은 없었다.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했던 감동까지는 아니었기에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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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와이프가 주문한 매운 미소라멘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겼다. 붉은 빛의 진한 국물은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했고, 한 숟가락 떠먹자마자 매콤하면서도 깊고 진한 미소의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홋카이도의 진한 된장 베이스가 바탕이 되어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잘 살려냈고, 알싸한 매운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균형 있게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와이프는 먹는 내내 감탄을 멈추지 않았고, 이곳 라멘의 진짜 매력은 매운 미소라멘에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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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삿포로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 바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갓파라이너를 타고 스스키노에 도착했다. 불과 하루 머물렀을 뿐인데도 조잔케이의 여운이 길게 남았고, 다시 오고 싶은 마을로 기억되었다. 스스키노에 도착하자마자 ‘스마일 호텔 프리미엄 삿포로 스스키노’에 짐을 맡기고 체크인 전까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스스키노 중심가까지 도보 5분 거리라 접근성이 뛰어났고, 호텔 객실도 깔끔하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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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통창 너머로 스스키노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객실은 화려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주었고, 삿포로의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짐을 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쇼핑과 디저트를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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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과 디저트, 삿포로에서의 소소한 즐거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캐피탈(Kapital). 평소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매장 분위기부터 독특했고, 각 아이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일본 내에서도 매장별로 구성이나 재고가 다르다고 들었기에,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을 기대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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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운명처럼 마음에 쏙 드는 트위드 셔츠를 발견했다. 내 사이즈가 딱 하나 남아 있었고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내가 좋아하는 트위드 원단에 디자인 역시 개성 있으면서도 깔끔해 아주 만족스러웠다. 여행 중 뜻밖의 쇼핑 성공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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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들른 곳은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에 위치한 과일 샌드위치 전문점 마지산도. 홋카이도의 신선한 과일을 아낌없이 사용한 후르츠산도로 유명한 곳으로, 와이프가 여행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맛집 중 하나였다. 가게 안은 아기자기하고 정갈했으며,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다양한 산도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큼직하게 들어간 과일의 단면과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가 눈으로만 봐도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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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딸기, 오렌지, 고구마 세 가지 맛을 포장해 호텔로 돌아와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촉촉한 식빵 사이로 들어찬 신선한 과일과 생크림은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냈고, 각 과일마다 식감과 당도가 달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딸기산도는 홋카이도산 딸기의 풍미가 진하게 살아 있었고, 고구마산도는 달콤하고 든든한 맛이었다.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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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약한 저녁 식사, 야키니쿠 츠바메

와이프가 꼭 가고 싶어 했던 야키니쿠 전문점인 야키니쿠 츠바메는 삿포로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기 맛집이다. 예약이 빨리 마감되는 편이라 아예 포기하려던 찰나, 오픈 타임 직전에 취소된 자리가 운 좋게 생겨 곧바로 방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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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서자 깔끔한 인테리어와 함께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특히 좌석마다 커튼이 설치되어 있어 마치 개인실처럼 프라이빗한 느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주변 테이블과의 간격도 넉넉해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음식에 집중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다찌석도 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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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8,800엔짜리 와규 세트를 주문했다. 구성은 특상급 갈비살, 살치살,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로 꽉 채워져 있었고, 각각의 고기는 마블링이 고르게 퍼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는 순간 퍼지는 구수한 향은 입맛을 자극했고, 한 점 한 점 구워 먹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고기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씹을수록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함께 곁들인 삿포로 생맥주는 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워주며 하루의 피로를 시원하게 씻어내 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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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계란밥 또한 인상 깊었다. 따뜻한 밥 위에 선명한 노른자를 올리고 간장 소스를 살짝 뿌려 비빈 밥은 고기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밥알은 고슬고슬했고, 노른자는 부드럽게 퍼지며 감칠맛을 더했다.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진한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음식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응대도 좋아 식사 내내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맛, 분위기, 서비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만족스러웠고, 이 날의 식사는 이번 홋카이도 여행 중 가장 특별한 저녁으로 기억될 만큼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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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구경한 삿포로 TV 타워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걸음을 옮기며 도심 곳곳을 구경하던 중, 삿포로의 대표 명소인 삿포로 TV 타워가 눈앞에 나타났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타워에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밤하늘과 어우러진 철제 구조물의 실루엣이 도시 풍경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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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타워는 그 자체로도 인상 깊었지만, 그 아래 펼쳐진 오도리 공원의 설경과 조명들이 어우러지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기며 이 순간을 기억에 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춘 그 순간이 여행의 여유로움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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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즐기는 저녁, 돈카츠 아오키 삿포로 본점

스스키노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야경을 감상한 뒤, 저녁을 조금 일찍 먹은 덕분에 ‘두 번째 저녁’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본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돈카츠이고, 삿포로에서 본점을 둔 이곳은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리스트 중 하나였다. 방문 시간이 늦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50분 정도 대기해야 했고, 좌석 수가 많지 않고 회전율도 빠르지 않아 인내심이 필요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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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로스카츠와 히레카츠를 하나씩 주문했다. 로스카츠는 바삭한 튀김옷 아래 두툼한 고기가 들어가 있어 육즙을 최대한 머금고 있다. 그래서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의외로 양배추 샐러드 소스와 조화가 꽤 괜찮았다. 일반적인 로스카츠보다 살짝 더 두꺼운 편이지만, 전혀 퍽퍽함이 없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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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레카츠는 보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지만 생각보다 조금 질긴 느낌이었다. 로스카츠보다 더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었지만 막 입안에서 살살 녹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깔끔한 맛과 기름지지 않은 조리 방식 덕분에 마지막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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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손꼽을 정도의 맛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본점의 맛을 직접 경험해보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돈카츠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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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하며

돈카츠 아오키 본점에서 마지막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근처에 있는 미스터도넛에 들렀다. 진열된 도넛을 보고 있자니 달콤한 디저트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넛 몇 개를 고르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간단한 안주도 함께 챙겼다. 이 조합이면 호텔에서 하루를 정리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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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잔케이의 고요한 아침부터 삿포로 시내의 활기찬 밤까지,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오가며 경험한 하루였다. 온천의 따뜻함, 맛있는 음식들, 만족스러운 쇼핑까지 하루에 담긴 경험은 풍성했고, 여운은 길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금 침대 위에 누워, 내일을 기대하며 깊고 편안한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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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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