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홋카이도 겨울 여행ㅣDAY 3. 도시를 떠나 조잔케이로
삿포로의 찬란한 밤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는 삿포로 외곽에 자리한 온천 마을 ‘조잔케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도심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온천과 조용한 자연을 마주하는 날이다. 북적이는 거리 대신 고요한 설경을, 시끄러운 소음 대신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 그래서 셋째 날의 여정은 삿포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한 시간 떨어진 조잔케이로 향한다.
눈 내린 풍경과 온천의 따뜻함이 기다리는 그곳에서, 우리는 몸과 마음을 말없이 녹이는 시간을 보내고자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를 미리 예약해두었다.
아침 햇살 속 스스키노, 다시 만난 니카상
조잔케이로 향하는 갓파라이너 버스는 점심 12시 8분, 스스키노에서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 전까지 시간이 넉넉했기에 오전 10시쯤 호텔을 나섰다. 전날 밤 북적이던 스스키노는 어느새 조용한 아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해가 서서히 도시 위로 올라오며 눈 위에 반짝이는 빛을 흩뿌리고, 분주했던 거리에는 간간히 오가는 몇몇 사람들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어제의 화려함이 거짓말 같을 정도로 고요한 분위기. 아직 도시가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듯한 여유로운 공기 속에서, 스스키노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우리는 전날 밤에도 봤던 니카상을 다시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특별한 장소에서 사진을 남기기 위해 ‘Cocono Susukino’ 건물 2층으로 향했다. 이곳은 여행객 사이에서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니카상 포토 스팟’이 있다. 스스키노 사거리와 니카상 간판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포인트다.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마음껏 자리를 잡고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교차로를 가득 메운 인파와 자동차, 밤을 밝히던 네온사인의 열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아침의 니카상은 조용하고 단정한 인상을 풍겼고, 마치 전날 밤에 비해 조금은 부끄러워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장소, 같은 랜드마크였지만 시간과 빛이 바뀌자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아침의 스스키노와 니카상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또 하나의 설렘이었다. 전날의 열기와 오늘의 고요함, 두 얼굴을 모두 본 우리는 이곳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겨울 축체를 준비하는 거리, 오도리 공원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삿포로의 중심지인 오도리 공원. 삿포로의 심장부라 불리는 오도리공원은 사계절 내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지만, 우리가 찾았던 1월의 오도리는 평소와는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다. 매년 2월 초 개최되는 ‘삿포로 눈 축제’를 앞두고 있어 공원 곳곳은 대형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일반 출입이 제한된 상태였다.
공원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얼음 조형물들과 공사 인부들의 분주한 손길만으로도 축제의 열기가 전해졌다. 준비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풍경은 오히려 비하인드 장면처럼 특별하게 느껴졌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조형물들은 마치 눈 속에서 깨어나는 예술 작품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멀리 삿포로 TV 타워가 우뚝 솟아 있고, 공원 전체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기에 걷는 내내 도심 속 겨울 왕국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가 공원을 방문한 시간대는 이른 오전이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 삿포로 특유의 정갈한 도시 감성이 더욱 잘 느껴졌다.
비록 공원 한가운데를 걸을 수는 없었지만, 그 앞을 천천히 지나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축제 준비 현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다. 조금만 늦게 왔더라면 완성된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었겠지만, 이 ‘기대되는 분위기’ 역시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삿포로의 성심당 그 자체, 동구리
오도리 공원에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려 향한 곳은 동구리 오도리점. 이름부터 마치 동화 속 마을에 있을 법한 이 빵집은 삿포로 현지인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명소다.
- 위치 : 오도리역에서 도보 약 2분
- 주소 : 일본 〒060-0042 Hokkaido, Sapporo, Chuo Ward, Odorinishi, 1 Chome−13 ル・トロワ 1階
- 영업 시간 : 10:00 ~ 21:00
- 주차 : 건물 지하 주차장 (유료)
- 추천 메뉴 : 전부 다
가게 앞에 다다르자마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따뜻한 빵 냄새와 커피 향이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버터 향과 부드러운 조명이 여행자의 피로를 반겨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장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나무 선반 위에 가지런히 진열된 다양한 빵들 사이에서 무엇을 고를까 한참 고민하다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크루아상과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빵집 안에 카페가 있어 잠시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빵을 한 입 베어물자,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여행의 빠른 리듬 속에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조용히 앉아 빵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장소. ‘동구리’는 그렇게 여행자의 하루 속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다.
갓파라이너를 타고 떠는 설경 속 온천 마을, 조잔케이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우리는 다시 스스키노로 향했다. 조잔케이로 이동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갓파라이너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출발 시각은 정오 12시 8분, 말 그대로 분 단위까지 정확하게 도착했다. 일본답게 정시에 딱 맞춰 도착한 버스를 보니 그 순간부터 조잔케이로 향하는 설렘이 현실이 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조잔케이의 대부분 료칸은 자체 셔틀버스인 ‘송영버스’를 운행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의 셔틀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아쉬웠지만 곧바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갓파라이너였다. 삿포로 시내에서 출발해 조잔케이 주요 호텔 앞까지 편리하게 연결해주는 유료 고속버스로, 웹사이트를 통해 간편하게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조잔케이 숙소를 예약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셔틀버스도 함께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자리가 마감되면 일반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 비용이 꽤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갓파라이너는 스스키노 중심부에서 출발해 약 1시간 남짓한 거리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삿포로 도심은 점점 사라지고 눈 덮인 산과 계곡, 고요한 마을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버스는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마치 한 폭의 겨울 그림 속으로 진입하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
이제 진짜 ‘휴식의 시간’이 시작된다.
조잔케이로 들어가는 이 여정은, 하루의 중심이자 셋째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 조잔케이행 버스 예약 꿀팁
조잔케이로 향하는 가장 일반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은 셔틀버스와 갓파라이너 버스다. 하지만 이 두가지 방법 외에도 몇 가지 대안이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조잔케이 료칸 셔틀버스 (송영버스)
- 출발 장소 : 삿포로역 북쪽 출구
- 소요 시간 : 약 60~80분
- 요금 : 무료
- 예약 방법 : 료칸 공식 홈페이지
- 주의 사항 : 매우 빠르게 마감됨. 료칸 예약과 동시에 신청 필수
2. 갓파라이너
- 출발 장소 : 삿포로 시내 (스스키노, 삿포로역 북쪽 등 선택 가능)
- 소요 시간 : 약 75분
- 요금 : 성인 1인 편도 1,260엔, 왕복 2,520엔
- 예약 방법 : 갓파라이너 공식 홈페이지 통해 사전 신청
- 주의 사항 : 당일 예약 불가, 인기 시간대 빨리 마감됨
갓파라이너너는 이 링크에서 예약 가능하다. 다만 조기 마감되니 숙소 예약 후 곧바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3. 삿포로 시내버스 (중앙버스 직행노선)
- 출발 장소 : 삿포로역 버스터미널 12번 플랫폼
- 소요 시간 : 약 90~100분 (교통 상황에 따라 변동)
- 요금 : 성인 1인 770엔 (현장 구매)
- 주의 사항 : 겨울철에는 도로 사정에 따라 지연 가능성 있음. 짐이 많거나 날씨가 나쁘면 비추천.
4. 택시
- 요금 : 삿포로 시내 기준 약 9,000~12,000엔
- 소요 시간 : 약 60분
📌 주의할 점
- 숙소 예약 = 셔틀버스 예약과 세트
- 셔틀버스 잡지 못했을 경우 → 갓파라이너가 가장 안정적
- 아주 급할 땐 → 시내버스 or 택시 가능
설경 속 온천마을에 도착, 조잔케이의 첫인상
갓파라이너 버스는 정확히 1시간여를 달려 우리를 조잔케이로 데려다주었다. 도시의 소음이 점차 멀어지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경이 깊어질수록 ‘드디어 온천 마을에 도착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조용하고 고요한 눈 내린 마을 풍경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버스는 우리가 예약한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 정문 앞에서 정차했다.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조잔케이, 이곳에서의 하루가 벌써 기대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짐을 프런트에 맡긴 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작은 상점이 몇 개 있었고, 눈이 소복이 쌓인 조용한 거리 풍경은 바쁜 도시의 일상을 잠시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조잔케이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미 휴식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로비에 짐을 맡기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듯 걸으며 구경하는 그 짧은 시간이 참 좋았다. 찬 공기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기분이 들었고, 마을 전체가 마치 한 폭의 설경화처럼 느껴졌다. 숙소에 들어가기도 전인데, 벌써 마음은 온전히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 체크인
호텔 체크인은 오후 2시부터 가능했는데, 우리는 1시 50분쯤 미리 도착해 있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 호텔에서 제공하는 노천 ‘전세탕’은 체크인 후 선착순으로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원하는 시간대를 확보하려면 누구보다 먼저 체크인을 해야 했다.
로비는 따뜻한 조명과 향긋한 아로마 향으로 가득했고, 직원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전체 손님 중에 두 번째로 체크인을 하는데 성공했다. 체크인 과정에서 저녁 식사와 다음날 아침 식사를 어디서 어떻게 먹을 것인지와 식사 시간을 선택해야 했고, 각 온천탕과 전세탕 이용에 대한 설명도 받았다.
체크인을 마친 후, 객실 준비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우리는 짐을 맡긴 뒤 편의점에 다녀왔다. 산책 겸 나선 길에서 눈 덮인 조잔케이의 거리 풍경을 마주하니, 하루 종일 돌아다녔던 여행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여유 있는 체크인은 여행의 시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첫 온천의 설렘, 객실 내 개인탕
산책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드디어 입실 시간이 되어 방에 들어갔다. 객실은 전통적인 일본식 다다미 방이었고,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목재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여행의 피로를 감싸주는 듯한 공간이었다.
캐리어를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른 뒤, 준비된 유카타로 갈아입기로 했다. 유카타를 입는 과정은 여행지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옷장에 유카타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허리끈을 조여 입고 거울 앞에 서니 마치 일본 드라마 속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와이프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정말 잘 어울린다”고 웃었고, 유카타 차림으로 방 안을 돌아다니는 그 순간부터 여행 분위기가 더 무르익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설렜던 공간은 바로 전용 개인탕이었다. 창문 밖으로는 하얗게 내려앉은 눈이 펼쳐져 있었고, 욕조에는 따끈한 온천수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깥의 차가운 공기와 욕조 안의 따뜻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이 시간은 단순한 휴식 그 이상이었다. 오롯이 나와 와이프만의 온전한 시간, 이곳에서의 첫 온천은 그야말로 최고의 시작이었다.
눈과 입이 즐거웠던, 가이세키 석식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이동했다.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에서는 석식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뷔페식인 ‘쿠와노기(Kuwanoki)’와 코스식으로 개인실에서 제공되는 ‘쇼안(Shoan)’이 있다. 우리는 보다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쇼안을 선택했다. 체크인 시 선택이 가능하며, 예약 없이 19시가 넘으면 자동으로 쿠와노기로 배정되기 때문에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우리가 식사한 공간은 개인실 테이블석. 프라이빗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음식은 단품 코스로 순차적으로 제공되었는데, 메뉴 구성은 에피타이저, 수프, 스시, 사시미, 메인 요리, 디저트 순서로 이어졌다.
각 요리는 홋카이도의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구성되어 있었고, 플레이팅 역시 섬세했다. 특히 스시와 사시미는 신선함이 살아 있었고, 메인 요리는 조리법과 양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식사였다. 음식 하나하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는 서비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건 식사 마지막에 제공된 젓가락 기념품. 우리가 사용한 젓가락과 동일한 디자인에 ‘다이치 호텔’이 새겨진 젓가락 한 쌍이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담겨 제공되었고, 단순한 식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경험을 선사했다. 조잔케이에서의 저녁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이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정성 어린 순간이었다.
단둘이 즐기는 온천, 프라이빗 노천 전세탕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는 바로 7층 프라이빗 노천 전세탕이다.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프런트에서 전세탕 예약용 QR코드를 전달받았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예약을 진행했다. 전세탕은 룸 넘버가 있어야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체크인을 빨리 마쳐야 원하는 시간대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성수기에는 인기 시간대가 금세 마감되고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전세탕을 사용했다는 후기도 있어, 체크인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위치 : 7층 프라이빗 노천 전세탕
- 운영 시간 : 24시간
- 이용 시간 : 최대 40분
- 주의 사항 : 예약 필수
우리는 비교적 인기 있는 저녁 8시 타임에 예약할 수 있었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여유 있게 라운지까지 이용 후 7층 전세탕으로 향했다. 전세탕은 1팀당 40분, 1박당 1회 이용이 가능하며, 내부에는 샤워 시설은 없지만 화장실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전세탕이 노천탕 형태라는 것.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눈 쌓인 바깥 풍경이 펼쳐지는데, 사방이 막혀 있어 외부 시선은 차단되고 자연은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얗게 내린 눈, 조용히 흘러내리는 김, 그리고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순간,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는 완벽한 휴식의 순간이 찾아왔다.
둘만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탕에 몸을 맡기고 그 고요한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고급스럽기보다는 담백하고 조용한 이 공간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오버투어리즘과 북적이는 관광지에 지쳤다면, 이 조용한 노천 전세탕에서의 40분은 잊을 수 없는 회복의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별채 속 숨겨진 힐링 공간, 모리노유 온천탕
전세탕의 따뜻한 여운을 간직한 채, 이번에는 별채에 위치한 모리노유 온천탕으로 향했다. 이곳은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의 투숙객만 이용 가능한 전용 온천 시설로, 본관과는 떨어진 별채 형태로 마련되어 있어 훨씬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 위치 : 별채
- 운영 시간 : 15:00~22:00 / 06:00~10:00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고요한 조명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반겨준다. 입구 한쪽에는 온천을 마친 뒤 즐길 수 있도록 물과 간단한 음료가 비치되어 있는데, 작은 배려가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하는 공간이었다.
모리노유 온천탕은 실내탕은 물론 노천탕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특히 노천탕은 그리 넓지 않지만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조용히 혼자 즐기기에 좋았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서늘한 공기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머리는 차갑고 몸은 따뜻한 이 대조적인 감각은 바로 겨울 온천의 묘미였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엔 이용객이 많지 않아, 거의 독탕에 가까운 조용함 속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는 이 고요한 분위기 덕분에,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스이잔테이에 묵는다면 모리노유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힐링 포인트라고 단언할 수 있다.
조용한 밤의 휴식, 라운지에서의 맥주 한 잔
전세탕에 가기 전, 그리고 모리노유에서의 온천을 마치고 조용히 라운지로 향했다. 밤 9시 30분쯤, 조잔케이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지만, 라운지는 여전히 잔잔한 분위기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 라운지는 오전과 오후, 저녁 시간대에 따라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 오전 운영 시간 : 08:30 ~ 10:00, 간단한 아침 식사로 빵과 커피 등이 제공
- 오후 운영 시간 : 15:00 ~ 23:00, 무제한 라운지
모리노유에서 온천을 마치고 라운지에 가니 이미 음식과 디저트는 모두 정리된 상태였지만, 삿포로 클래식 맥주, 사케, 와인 등 다양한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천천히 숨을 고르니, 하루의 여운이 조용히 내려앉는 듯했다.
번잡한 분위기 없이 조용하게 앉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이 시간이야말로 진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들러 쉬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라운지는 이 호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숨은 매력 포인트였다.
하루의 마무리, 대욕장
하루의 긴 일정을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대욕장이었다. 이미 객실 내 개인탕과 7층 전세탕, 별채 모리노유까지 온천을 충분히 즐겼지만, 이곳만의 넓은 탕과 고요한 분위기는 하루의 피로를 다시금 풀어주는 듯했다.
- 운영 시간 : 15:00 ~ 01:00 / 05:00 ~ 10:00
- 탕 성별 교체 : 매일 05:00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의 대욕장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남탕과 여탕이 서로 교체된다. 그래서 1박을 하면 두 곳의 분위기와 구성을 다 경험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비교적 늦은 시간인 오후 10시 방문했기에, 욕탕 내부는 한산했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탕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욕장 내부에는 넓은 대형탕 외에도 작지만 아늑한 노천탕과 사우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노천탕에서는 조용한 밤공기를 마시며 눈부신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고요한 시간이 인상 깊었다.
탈의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온천 뒤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아이크림도 준비되어 있었다. 따뜻한 온천수에 온몸을 녹이며 머릿속을 비워내는 이 시간이야말로 조잔케이 여행의 진짜 마무리였다. 조용하고 따뜻하게, 조잔케이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삿포로의 아침 공기와 니카상의 얼굴 그리고 오도리 공원에 본 삿포로 TV 타워. 천천히 이어지던 도심의 흐름은 정오가 되자 눈 쌓인 조잔케이로 이어졌다. 갓파라이너를 타고 달리는 동안 점점 멀어지던 도시 풍경은 어느새 고요한 설경으로 바뀌었고, 그 순간부터 온천 힐링 여행이 시작되었다.
조잔케이 다이치 호텔 스이잔테이에서의 시간은 온전히 ‘우리’를 위한 시간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천천히 걷고,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맛있는 저녁을 음미하며 하루를 채워갔다. 개인탕, 전세탕, 모리노유 온천탕, 대욕장까지 이어진 온천의 여운은 단지 몸의 피로를 씻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공간까지 넓혀주는 느낌이었다.
계획했던 순간들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이며, 어느덧 여행 셋째 날도 그렇게 흘러갔다. 매 순간이 특별했기에 아쉽고, 또 그래서 내일이 더욱 기다려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침대에 몸을 눕히고, 깊은 휴식 속으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