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내 기준 아산시 최고 맛집인 목화반점에 다녀왔다. 시골집에 내려갈 때마다 가고 싶었지만 살인적인 웨이팅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시골에 내려간 김에 도전해봤다. 결과적으로 약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먹었는데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 꽤 달콤했다.
목화반점
- 주소 : 충남 아산시 온주로 28-8
- 영업 : 11: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메뉴 : 간짜장, 탕수육
충남 아산시 온양초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목화반점. 위치상으로 맛집이 있을 곳이 전혀 아니다.
시골에 내려올 때마다 가게 앞이 문전성시라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굳게 결심하고 왔다. 토요일이지만 3시라는 애매한 시간과 추운 날씨이니 평소보다 사람이 없겠지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역시 사람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먼저 와이프를 가게 앞에 내려주고 웨이팅을 부탁했다. 주차장은 가게 앞과 뒤에 두 곳이 있는데 거의 만차다. 운이 좋게 주차를 했지만 계속 차들이 들어오더라.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많으니 주차가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다. 사실 대중교통으로 목화반점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목화반점 내부는 시골 시내에 있는 중국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4인 테이블에 촌스러운 보자기를 씌운 의자들. 벽에 장식된 여러 가지 술과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거기에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탕수육 냄새까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
가게 안에 있는 카운터에 가서 웨이팅을 하면 된다. 혹시 음식을 먹고 포장까지 하려면 미리 말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를 하고 기다려야 하고 재수가 없으면 재료 소진으로 포장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 등록을 하고 차에 돌아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했다. 라디오를 켜고 지겨우면 노래를 듣다가 괜히 얼마나 남았나 가게 안에 들어가 보고 별짓을 다해도 시간이 참 안 가더라. 이미 아산에 몇 년째 살고 계시는 아빠에게 전화를 하니 탕수육 먹자고 무슨 웨이팅을 하냐고 핀잔을 들었다. 아빠는 이미 여러 번 드셨잖아요ㅠ 아산 로컬이신 아빠는 목화반점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가끔 가셨다고 하는데 맛집으로 소문이 난 뒤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약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번호 순대로 카운터에서 들어오라고 전화를 준다. 그래서 웨이팅을 하는 동안 핸드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목화반점 대표 메뉴인 탕수육과 간자짱 2인 주문. 간짜장은 2인 이상부터 주문이고 짜장보다 간짜장이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 다다음으로 들어온 테이블에서도 우리와 똑같이 주문을 했는데 간짜장이 품절이라고 먹지 못하는 사태를 보았다. 다행이다.
먼저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깍두기가 나온다. 중국집에서 갓 담근 깍두기라니 참 신기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아무래도 중국 음식이 맛있어도 조금 질릴 수가 있어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아주 좋은 조합이다. 비법이 있는 건지 양념이 살짝 독특하고 감칠맛이 좋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목화반점의 킥이라 할 수 있는 부분.
탕수육
탕수육은 소, 대 두 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둘이 먹기에 충분하다. 아니 아주 많다. 보통 중국집 탕수육보다 가격이 비슷하거나 살짝 비싼 편이지만 요즘 하향 평준화 된 중국집의 탕수육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흔히 찹쌀 탕수육이라는 이름으로 2만 원 넘게 팔고 있는 흔해 빠진 탕수육과는 달리 목화반점의 탕수육은 바삭하게 잘 구운 돼지고기 튀김에 가깝다.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부먹이 기본 스타일이지만 워낙 바삭하게 튀긴 덕분에 눅눅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너무 흔한 맛 표현이지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겉바속촉의 표본이다. 소스는 적당히 시큼하며 아주 달지 않아 밸런스가 아주 좋은 옛날 탕수육 그 자체.
탕수육 양이 많고 맛도 좋아 가격 대비 훌륭했다.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시장에서 파는 갓 튀긴 통닭 느낌이 나면서도 탕수육 고유의 맛을 낸 느낌이랄까. 아무튼 탕수육 맛집으로 유명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기다리고 먹어도 좋을 만큼 만족스러운 맛.
간짜장
간짜장은 2인 이상 주문해야 하며 면은 따로 나오고 양념은 한 그릇에 나와 덜어 먹는 시스템이다. 짜장보다 간짜장을 많이 추천하던데 양념이 살짝 묽고 뻑뻑하지 않아 좋았다. 진짜 간짜장 느낌.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면발이 아주 굵다는 점이다. 마치 우동과 같이 면이 굵고 탱탱해 이게 뭐지 싶을 정도였다.
오동통한 면 위에 윤기나는 간짜장 소스를 적당히 올려 쓱쓱 비벼 봅니다. 갓 볶아내어 그런지 뻑뻑하지 않고 양파와 돼지고기 등이 잘 볶아져 고소한 풍미가 좋았어요.
면이 우동과 같이 두껍다 보니 간짜장 소스와 잘 비벼질까 싶었는데 오히려 더 맛있고 식감도 좋았어요. 여기에 탕수육과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어요. 여기에 깍두기 하나 먹으면 그냥 끝.
조금 느끼해질 때쯤 콜라 하나 시켜 마시면 싹 내려가요. 캔콜라가 아니라 병콜라라 더 마음에 들어요.
탕수육 소자가 양이 적은 편이 아니라 남을 줄 알았는데 다 먹어 치웠네요. 간짜장 2인분에 탕수육까지 야무지게 먹고 이 맛있는 걸 우리만 먹기 아쉬워 탕수육 대자를 포장했어요. (포장은 처음에 주문할 때 말해야 돼요.)
맛있게 먹고 갑니다. 탕수육 대자 포장해서 다시 시골집으로 가요. 집에 가서 탕수육 또 먹어야지.
탕수육 대자 가격은 4.7만 원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많은 양에 맛있는 맛까지 제대로 돈값 하는 탕수육이다. 살면서 하루에 탕수육 먹는데 7만 원 쓰기는 처음이네.
가게에서 배불리 먹고 왔지만 눈앞에 또 탕수육이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라. 다들 맛있다고 해서 뭔가 뿌듯하기도 했고 이 고기튀김이 뭔지 오랜만에 가족 모두 둘러앉아 오손도손 탕수육을 먹으니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 기준 1시간 정도 기다리고 먹어도 될 만큼 아주 맛있는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