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왕십리역 근처이자 한양대역 바로 앞에 위치한 파크 에비뉴 엔터식스 안에 있는 고래소년 오마카세에 다녀왔는데 후기를 말하자면 가성비 최고 그 자체다. 보통 괜찮은 미들급 스시야 디너 가격이면 20~3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들급에 가까운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래소년 오마카세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41 서울숲 더샵 파크 에비뉴 B1층
- 영업 : 10:00 ~ 22:00 (B.T 15:00 ~ 17:00), 매주 화요일 휴무
- 메뉴 : 스시 오마카세 런치 55,000원, 스시 오마카세 디너 80,000원
보통 스시야의 상호명과 달리 ‘고래소년 오마카세’라는 이름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긴 했지만 ‘넓은 바다의 푸르름 사계절이 만드는 신선함 음식에 가치를 담다’라는 글귀가 인상 깊었고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차를 가져가면 파크 에비뉴 엔터식스 지하 주차장을 통해 후문으로 들어가면 되고 대로변을 통해서 정문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가게 외관부터 넓은 바다의 푸르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래소년 오마카세는 100% 예약제 시스템이라 테이블링을 통해 예약을 하고 가야 하고 런치는 55,000원, 디너는 80,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한 편인데 음식이 끝도 없이 나오는 가성비 좋은 곳이다.
내부에 들어가면 큰 수조에 진짜 잉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푸른 바다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아이가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고래소년의 의미가 느껴졌다. 다찌 끝에는 아련하면서도 멋스러운 고래의 모습도 보였다.
다찌 위에는 금으로 덫 칠해진 고래 한 마리가 있고 젓가락 받침대 역시 고래 모양으로 되어 있어 너무 귀여웠다.
먼저 에비스 생맥주부터 한 잔 주문했다. 도쿠리 사케를 주문할까 했는데 이날은 생맥주가 조금 더 끌렸다. 그리고 스시 오마카세 스타트. 크게 보면 전채요리 – 사시미 – 스시 – 샐러드 – 식사 – 텐푸라 – 디저트 순으로 진행된다.
스시 오마카세 런치
먼저 일본식 계란찜인 차완무시로 시작된다. 겉에는 아라레와 버섯, 속에는 새우와 은행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츠마미로 사시미 세 점이 나온다. 왼쪽부터 광어, 잿방어, 황새치.
사시미 세 점 중에 황새치부터 먹었다. 황새치는 기름진 편이라 와사비를 조금 올려 먹으면 더욱 좋다. 뭔가 참치와 식감이 비슷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잿방어 사시미는 서걱서걱한 식감이 좋았고 감칠맛이 나서 맛있었다.
광어도 물론 맛있었지만 황새치와 잿방어가 훨씬 좋았다.
츠마미를 먹은 후 스시가 나오기 시작한다. 첫 스시는 트러플 소스가 올라간 광어. 광어와 트러를 소스의 조합은 조금 갸우뚱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다음은 소금과 라임 제스트가 뿌려진 참돔. 소금이 올라가서 간장에 찍지 말고 그냥 먹으면 된다. 라임 제스트 덕분에 상큼했고 쫀득한 식감이 좋았다.
그리고 청새치 튀김이 들어간 난반즈케. 생선튀김이 눅눅하지 않았고 상큼한 맛이 다시 입맛을 돋게 도와주었다.
오징어나 한치는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불에 살짝 그을려 나온 오징어 스시도 부드럽고 맛있었다.
고등어회는 전문점이 아니면 비려서 먹기 어려울 수 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제주도에서 먹었던 고등어봉초밥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아주 맛있었다.
다음은 게우 소스 위에 전복술찜 두 점과 약간의 샤리가 나왔다. 게우 소스가 녹진하고 전복 식감이 좋았다.
캐비어와 비슷하게 생긴 청어알이 올라간 농어. 농어뱃살과 청어알의 조합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맛있었던 스시.
중간에 큰 생합 조개가 들어간 탕이 나왔는데 개운한 게 술 먹고 다음 날 먹으면 해장하기 좋을 것 같았다. 입안에 약간 비릴 수 있는 생선 냄새도 싹 없어져 깔끔해졌다.
무난무난했던 홍새우초밥.
슬슬 배부른 느낌이 들었지만 음식이 계속 나왔다. 된장 베이스의 미소 소스와 담백하게 구워진 삼치 구이 기름지면서도 담백하게 별미였다.
배불러서 살짝 힘들었지만 야채 샐러드 타이밍에 조금 쉬어갈 수 있었다. 샐러드 드레싱이 자극적이지 않아 깔끔했다.
샐러드를 다 먹기도 전에 나온 잿방어. 이것도 너무 맛있어서 여운이 남았다. 농어와 함께 가장 맛있게 먹었던 스시.
이제 스시 타임이 다 끝난 건가 싶었는데 셰프님이 단새우, 가리비 관자, 우니를 김과 감태로 싸서 한 점 만들어 주셨다. 맛있는 재료를 모아 한 입에 먹으니 정말 최고였다.
스시가 끝난 줄 알았는데 참치가 나왔다. 참치 중에 참다랑어 뱃살인데 붉은 색감 만큼이나 강렬하게 맛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한입에 쏙 들어갈 만큼 귀여운 크기의 청어가 들어간 이소바마끼는 비린 맛 하나 없이 맛있었다. 청어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싶었다.
대게 내장 소스와 다리 살을 곱창김에 싸 먹는 지라시스시도 나온다. 대게살을 밥에 비벼 김에 싸 먹으니 아무리 배가 불러도 너무 맛있었다.
마지막 스시는 장어초밥으로 끝났다. 이날 헤드셰프님이 담당해 주셨는데 장어 꼬리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찬 음식이 나왔다면 가리비 관자 튀김은 따뜻하면서 바삭하고 부드러웠다.
끝난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다. 진짜 배부른데 후토마키가 나왔다. 아무리 배불러도 후토마키는 먹어야지. 여자친구는 더는 먹지 못해서 내가 두 점 다 먹었다. 사실 중간부터 여자친구는 포기했고 거의 내가 여자친구 몫까지 다 먹은 것 같다.
일본식 계란말이인 교쿠 역시 맛있었다.
마지막 디저트로는 상큼한 유자 샤베트가 준비됐다. 아이스크림보다 샤베트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줘서 디저트로 딱이었다.
헤드셰프님이 담당해 주셔서 더 좋았던 고래소년 오마카세. 엔트리급 스시 오마카세에 맞는 가격대이지만 음식 구성이 아주 알차고 다양해 미들급 스시야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고래소년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분위기, 넉넉한 구성 모두 만족스러웠다. 재방문하고 싶은 왕십리, 한양대 스시 오마카세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