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 (伊豆榮 梅川亭)

도쿄 우에노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먹어볼 만한 맛집을 뽑자면 바로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이지 않을까 싶다. 우에노역 근처에 있는 본점과 달리 정원을 보며 장어 덮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 (伊豆榮 梅川亭)

우에노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양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오래된 일식당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여기가 300년 가까이 된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어 보이는 곳이다.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웨이팅을 해야 할 확율이 높다고 해서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다행히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는 모두 좌식으로 되어 있고 본점과는 다르게 멋진 정원 전망을 보며 우나쥬를 즐길 수 있다. 좋고 멋진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화려하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다. 기모노를 입고 응대하는 직원들의 친절함도 좋았다.

우나쥬, 히메쥬, 벤또, 코스 요리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우나쥬와 우나동은 용기만 다른 같은 장어덮밥으로 사이즈가 S, M, L로 나눠져 있는데 사실 가장 큰 사이즈도 그렇게 양이 많은 편은 아니다. 딱 성인 남자 1인분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우나쥬 가장 큰 사이즈와 벤또를 주문했다. 그리고 코스 요리는 웬만하면 비추다. 우리보다 먼저 온 한국 손님이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 속도가 너무 느려 보였고 그분들도 굉장히 불편해 보였다. 그냥 우나쥬 또는 벤또를 먹는 게 가장 베스트.

음식만 먹기에는 좀 아쉬워서 오전부터 생맥주를 마셨는데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 일본에서 먹는 나마비루는 음식 못지 않게 너무 맛있다.

술을 주문하면 튀긴 장어 뼈를 카레 가루에 버무린 간단한 안주가 나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음.

음식과 함께 쯔께모노, 일본 김치와 함께 맑은 장국이 준비된다. 장어덮밥과 곁들여 먹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우나쥬

가장 큰 사이즈의 우나쥬에는 큰 두 토막의 장어가 올려져 있다. 잘 익은 장어에 이곳만의 양념 배합이 만들어 낸 장어덮밥 비주얼은 정말 최고였다.

장어 크기가 꽤 커 양이 넉넉해서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 남성이라면 무조건 L 사이즈를 주문하는 걸 추천한다. 한 끼에 5만원 넘는 식사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예전부터 일본 황실에서 주문해서 먹은 곳으로 유명하고 주변을 보니 현지인들이 많이 보여 맛집을 잘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달지 않은 양념이 장어와 밥에 잘 배어 아주 맛있었다. 장어만 먹어도 맛있고 밥 위에 올려 함께 먹어도 너무 좋다.

부산에서 먹었던 해목의 장어덮밥과는 조금 다른 맛이다. 비교적 간이 약하고 불맛이 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다. 그리고 장어 자체가 아주 부드러워 말 그래도 입안에서 녹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 본토에서 먹는 우나쥬가 더 맛있었다.

어느새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고 와이프가 주문한 벤또를 조금 뺏어 먹었다.

 

벤또(타케)

벤또는 사시미와 장어덮밥이 함께 나오는 음식으로 장어덮밥과 함께 사시미 또는 튀김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 와이프는 워낙 회를 좋아해서 사시미와 장어덮밥이 함께 나오는 벤또를 주문했다.

벤또의 장어덮밥에는 작은 사이즈의 장어가 한 토막 올라가 있어 맛을 보기에는 적당해 보였다.

참치, 광어 등 세 종류의 사시미가 함께 나오는데 글쎄. 개인적으로 벤또보다는 장어덮밥에 집중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사시미 맛은 괜찮았다.

생맥주 두 잔 포함해서 약 11만원 정도 나왔고 한 끼 식사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우나쥬가 워낙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고급 음식이라 가격대가 높기 마련인데 한국에서 먹었던 장어덮밥 보다 뭔가 더 기본에 충실한 맛이어서 그만큼 값어치를 하는 음식이다. 일본에 간 김에 전통적인 장어덮밥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고즈넉한 장소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참 좋았다. 가성비 좋은 장어덮밥 집도 많지만 보다 근본 있는 음식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이즈에이 우메가와테이를 추천한다. 약간 돈이 아깝다면 300년 전으로 시간 여행 한 셈 치면 된다. 우에노 또는 우에노 공원에 간다면 꼭 들렸으면 하는 우에노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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